열하루의 공백을 다시 짠 크리스티 미스터리
핵심 요약
마리 베니딕트의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1926년 실종을 결혼 생활의 균열과 연결한다. 50개 장에 아내와 남편의 시점을 교차 배치해 열하루 동안의 사건을 재구성한다. 크리스티가 진상을 밝히지 않아 실종의 최종 해답은 여전히 미궁에 남아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1926년 남긴 열하루의 공백을 재구성한 마리 베니딕트의 소설 ‘애거사 크리스티 미스터리’는 실종을 결혼 생활의 균열과 연결한다. 크리스티는 12월3일 차를 몰고 집을 나간 뒤 종적을 감췄고, 버려진 차량만 발견됐다. 그는 14일 집에서 약 400㎞ 떨어진 호텔에서 확인됐지만 자기 이름과 행적을 기억하지 못하고 남편도 알아보지 못했다.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한 50개 장을 두 갈래로 배치한다. 1장부터 43장까지 홀수 장은 1912년 10월 애거사가 무도회에서 아치볼드 크리스티를 만난 때부터 실종 당일까지를 아내의 일인칭으로 풀어낸다. 짝수 장은 실종 이튿날인 1926년 12월4일부터 13일까지 남편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부부가 재회한 14일의 44~48장에서 두 이야기가 합쳐진다.
작품은 실제 사건의 세부를 서사의 축으로 삼는다. 실종을 계기로 남편의 불륜이 드러나 의심이 그에게 쏠렸고, 애거사는 남편의 불륜 상대 이름을 사용해 호텔에 묵었다. 결혼 전 정혼 상대를 뒤로하고 아치볼드를 택했던 그는 남편이 1차대전에 참전한 동안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첫 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완성했다. 이후 딸을 키우며 작가로 성공했지만 부부는 1928년 이혼했다.
베니딕트는 창작에 몰두한 아내와 평온하고 질서 있는 가정을 원한 남편의 간극을 실종의 배경으로 해석한다. 이 구성에서 열하루의 사건은 실패한 결혼을 되짚으며 아내가 남편에게 내민 문제처럼 기능한다. 기억상실이나 해리성 둔주, 책 홍보를 노린 자작극이라는 설명이 제기됐으나 크리스티는 생전 진상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소설은 확인된 사실들 사이의 빈틈을 새로운 해석으로 잇되, 사건의 최종 해답은 미궁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