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스펙 경쟁…불안의 시대가 묻는 남성성
핵심 요약
연애 예능과 문화적 밈은 관계까지 스펙으로 평가하는 한국 사회의 흐름을 보여준다.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현대인의 불안을 키운다. 새로운 남성성의 기준으로 정서적 안정과 비판적 사고, 상상력이 제시된다.
연애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 외모와 성격뿐 아니라 이른바 ‘스펙’까지 촘촘히 대입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급성장한 연애 예능은 새로운 출연자를 투입해 긴장과 자극을 이어가고, 시청자의 반응을 통해 한국 사회의 관계관을 드러낸다. 유튜버 조승연은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관찰할 수 있는 창으로 해석했다.
젊은 층에서 ‘테토’, ‘에겐’, ‘안정형 애착’ 같은 문화적 밈이 소비되는 현상도 완성형 상대를 찾으려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 내면과 외모가 빈틈없이 갖춰져 별도의 변화가 필요 없는 ‘육각형 인간’을 선호하면서 인간관계는 연인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쇼핑에 가까워진다. 감정만으로 사랑을 결정하기보다 당대 문화가 요구하는 계산법을 함께 적용하는 흐름 속에서 연애는 사회적 자존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하면 장기적인 관계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은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 미국의 기독교 목회자 조너선 포클루다는 사람들에게 실제 모습으로는 호감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짚었다. 연애의 성패가 역할 수행 능력에 달리기를 바라지 않고, 꾸며낸 모습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그 이면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수행 중심 사회에서 필요한 변화로는 상처받은 내면을 돌보는 일과 감정적 회복력을 함께 기르는 과정이 제시된다. 타인으로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우기보다 자신의 관심과 욕구를 분명히 유지하고, 있는 그대로도 받아들여질 가치가 있다는 토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상은 1950~60년대의 보호자·검투사, 1970~80년대의 샐러리맨·개척자를 거쳐 감정적으로 유연한 기업가로 바뀌었다. 캐나다계 미국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공지능 시대의 차이를 지능보다 정신적 노력과 맺는 관계에서 찾았다. 비판적 사고와 상상력을 새로운 남성성의 규범으로 삼고, 남성을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