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8년, 말기 암환자 응급실 처치는 제자리
핵심 요약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뒤 응급실의 심폐소생술과 기관삽관 시행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진행성 암 환자에서는 감소 폭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제도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치료 초기부터 완화의료를 연계하고 전문 인력과 병상, 이행기관을 확충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뒤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심폐소생술과 기관삽관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진행성 암 환자에게서는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임종기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자리 잡는 동안에도 말기 암 환자는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가 닥친 뒤 응급실로 이송돼 짧은 시간 안에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성인 1천58명을 분석했다. 법 시행 전후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6.8%에서 15.1%, 기관삽관은 31.6%에서 22.1%로 낮아졌고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0.7%에서 5.2%로 높아졌다. 기관삽관은 법 시행 이후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냈다.
진행성 암 환자로 범위를 좁히면 심폐소생술은 16.4%에서 11.6%, 기관삽관은 18.8%에서 14.5%로 감소했으나 두 변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항암치료 효과가 거의 사라진 뒤에야 완화의료를 논의하는 관행과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상담을 늦추고 있다. 전문 인력과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하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이행할 의료기관도 제한돼 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종양내과 이시원 교수는 말기 암 환자의 응급실 임종이 응급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전 단계의 완화의료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완화의료는 통증과 호흡곤란, 불안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적극적인 치료인 만큼 임종 직전이 아닌 치료 초기부터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원하는 공간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면 필요할 때 완화의료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