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에 흔들린 초고가차 시장
핵심 요약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올해 판매량이 2023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6%, 46.4% 감소했다. 8000만원 이상 법인차의 연두색 번호판 의무화와 사적 사용 제재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두 브랜드는 고가 맞춤 제작과 VVIP 고객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법인차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국내 판매가 과거 정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벤틀리는 올해 1~7월 26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2% 늘었지만, 판매가 정점이던 2023년 동기와 비교하면 43.6% 감소했다.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판매 증가율만 높게 나타난 셈이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1~7월 9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전년 동기보다 14% 줄었고, 2023년 같은 기간보다는 46.4% 급감했다. 연간 판매량도 벤틀리가 2023년 810대에서 2024년 400대로 반 토막 났으며, 롤스로이스는 같은 기간 276대에서 183대로 줄었다. 반면 스포츠카 성격이 강한 람보르기니는 2023년 431대에서 2024년 487대로 판매가 늘었다.
시장 위축의 중심에는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한 제도가 있다. 제도 시행 전인 2023년 벤틀리 구매자의 76%인 616대, 롤스로이스 구매자의 87.3%인 241대가 법인 명의였다. 법인차에 대한 세무조사 압박까지 더해진 가운데 사회적 평판과 주변 시선을 중시하는 고액 자산가 고객이 많은 두 브랜드가 다른 수입차보다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판매 감소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벤틀리의 뮬리너와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제작은 수만 가지 조합을 제공하며, 기본 가격이 3억~4억원대인 차량도 맞춤형 옵션을 더하면 출고가가 5억~6억원대까지 높아진다. 벤틀리는 지난해 393대를 판매해 2024년 400대보다 소폭 줄었지만 매출은 1029억원에서 1215억원으로 증가했다. 두 브랜드는 판매량 확대보다 VVIP 고객의 충성도와 차량당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