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고려 유적서 고순도 은공예품 최대 규모 확인
핵심 요약
여주 하동 유적에서 국내 발굴 최초의 고려 은제금도금 주자와 받침이 확인됐다. 12세기 추정 은제품들은 순도 97% 이상이며 단일 유적 출토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조사단은 불교 유물 또는 남한강 나루터 물류 시설과의 관련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여주시 하동 190-1번지 ‘여(주)행(복) 스테이션’ 건립사업 부지에서 고려시대 은제 공예품이 한꺼번에 확인됐다. 핵심 유물은 금도금한 은제 주자와 받침으로, 같은 형태의 주자가 정식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여주시와 여주도시공사는 지난달 28일 해당 유적에서 수습한 유물들을 공개했다.
12세기 제작품으로 추정되는 유물은 고려시대 문화층에 조성된 매납유구 2곳에서 발견됐다. 대형 도기 안에는 은제반구형병 11점과 은제금도금 주자·받침, 은제완 등이 들어 있었다. 성분 분석에서는 유물들이 순도 97% 이상의 고순도 은으로 제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유적에서 나온 은제 유물의 수량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주자와 받침은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고려 고분 출토품 및 중국 남송대 주자와 형태가 유사하다. 은제반구형병의 입구 측면에는 제작자 또는 공헌자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유물이 고려에서 여러 형태의 은제 주자가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희소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용진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고려 도기 안에서 다량의 은제품이 나온 첫 사례이면서 확인된 수량도 가장 많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유적은 남한강 남쪽 강변과 조선시대 여주 관아 권역에 인접해 있다. 조사단은 출토품이 주변의 보물인 여주 하리 삼층석탑과 연관된 불교 유물이거나, 강가 나루터의 물류 시설과 관계됐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발굴된 은제금도금 주자와 명문이 남은 병, 대규모 매납 양상이 함께 확인되면서 유물의 성격과 매장 배경을 밝히는 연구 가치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