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육상 촬영 기준 강화에 선수들 엇갈린 시선
핵심 요약
유럽방송연맹이 여성 선수의 특정 신체 부위 확대와 낮은 각도 촬영 등을 피하도록 하는 중계 권고안을 마련했다. 리케 클라버와 조린데 판클링컨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여성의 몸을 금기시하거나 지우는 방식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홀리 브래드쇼는 느린 화면으로 인한 악성 댓글 피해 경험을 밝히며 중계 방식의 변화를 지지했다.
유럽 육상계에서 여성 선수의 신체 노출과 성적 대상화를 줄이기 위한 중계 권고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방송연맹은 경기와 무관하게 특정 신체 부위를 오래 확대하거나 선수의 뒤쪽·아래쪽에서 잡는 낮은 각도, 불필요한 느린 화면 등을 피하도록 했다.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여성의 몸을 화면에서 과도하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혼성 16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리케 클라버는 자극적인 촬영 구도를 제한하는 방향을 환영하면서도 여성의 몸이 새 기준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달리는 과정에서 엉덩이나 속옷이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으며, 신체의 움직임을 문제 삼기보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몸을 금기처럼 취급하거나 화면에서 지우는 방식에도 선을 그었다.
클라버는 튼살을 비롯한 자연스러운 신체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일이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네덜란드 원반·포환던지기 대표 조린데 판클링컨도 성적 대상화를 줄이려는 취지에는 동의했다. 다만 일부가 여성 스포츠를 경기보다 아름다운 몸매를 보기 위한 대상으로 소비하는 현상은 중계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홀리 브래드쇼는 다른 관점을 보였다. 경기 중 촬영된 느린 화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확산된 뒤 악성 댓글과 모욕을 겪었던 경험을 공개하며 중계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힘을 실었다. 선수들의 발언은 선정적 구도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와 실제 경기에서 드러나는 신체까지 감춰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새 권고안을 둘러싼 논의도 촬영 제한의 범위와 적용 방식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