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용 개선 외면한 기업 37곳, 성평등 의지 부재 드러나
핵심 요약
성평등가족부가 AA 미이행 기업 37곳을 발표했고, 이 중 25곳은 여성 관리자가 전무했다. 한강식품은 여성 노동자 비율 44.7%에도 관리자 24명 중 여성이 없었고, 포항버스 등은 채용 단계부터 여성 진입이 제한됐다. 명단 발표와 감점만으로는 부족하며 성별임금격차 공시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성평등가족부가 29일 발표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미이행 기업 명단에 오른 37곳 가운데 25곳은 여성 관리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3년 연속 동종업계 평균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평등 지수를 기록해 차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하림그룹 계열사 한강식품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44.7%에 달하지만 전체 관리자 24명 중 여성은 전무해 채용과 승진에서의 구조적 불평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채용 단계부터 여성 진입이 막힌 사례도 적지 않았다. 포항버스는 여성 노동자 비율이 0.95%, 에이치씨엠은 1.02%, 동아운수는 1.25%에 그쳐 사실상 남성 중심의 고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사업지원서비스업 11곳과 육상수상운송 관련업 5곳이 개선조치를 무시했으며, 파견·외주 중심 업종이나 채용·승진 기회가 남성에게 편중된 업종에서 미이행 사례가 집중됐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2006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도입된 제도로,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민간기업 중 여성 고용률 등이 동종업계 평균의 70% 미만인 곳을 지정해 3년간 자율 개선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제도 시행 이후 전체 여성 고용률은 2006년 30.77%에서 지난해 38.96%로, 여성 관리자 비율은 같은 기간 10.22%에서 22.75%로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번 명단을 통해 재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명단 발표와 조달청 심사 감점 같은 소극적 제재만으로는 기업의 타성을 깨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성별임금격차 공시제 도입이나 공공입찰 참여 원천 제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 고용을 외면한 37개 기업이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조직의 성장 잠재력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명단이 기업들의 근본적인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