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 2382억 CB 연장안, 담보·실적·형평성 쟁점
핵심 요약
엔켐이 약 2382억원 규모 제14회 CB의 풋옵션을 없애고 상환을 2029년 11월까지 미루는 방안을 표결한다. 미국법인 등의 지분과 수익률 인상을 제안했지만 실제 담보가치와 실적 회복 가능성이 쟁점이다. 다른 차입금과 후순위 발행 CB의 상환 조건이 유지되면서 제14회 채권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2차전지 전해액 제조업체 엔켐이 제14회 공모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청구권을 없애고 상환을 2029년 11월까지 늦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4년 11월 2500억원어치가 발행된 이 사채의 미상환 잔액은 약 2382억원이다. 채권자들은 당초 올해 11월 29일부터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으며, 오는 2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권리 삭제 여부를 표결한다.
엔켐은 연장 대가로 엔켐아메리카 지분 49%와 폴란드·헝가리 법인 지분 전량에 제1순위 질권을 설정하고, 미국법인 나머지 지분 51%에는 제2순위 질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액면 1만원당 만기상환금도 1500원 늘려 최초 발행가 기준 수익률을 연 3%에서 연 5% 중반으로 높인다. 합병을 전제로 평가된 엔켐아메리카 지분가치는 4억달러, 5969억원이지만 1분기 말 순자산은 1356억원이고 엔켐이 보유한 지분 전량의 장부가치는 1385억원이다. 장부가치를 적용한 49% 지분은 700억원에도 못 미쳐 실제 담보 실행을 가정한 재평가 요구가 나온다.
실적 회복 가능성도 표결의 핵심 변수다. 엔켐아메리카의 지난해 매출은 1640억원으로 전년 2231억원보다 약 26%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26억원에서 31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엔켐의 연결 매출도 3657억원에서 3128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504억원에서 784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42억원, 유동부채의 유동자산 초과액은 2236억원이었다. 미국법인은 더그로우허브와 합병해 나스닥에 우회상장할 계획이지만 합병과 신규 자금 조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그로우허브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뒤 12월 2일까지 신규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채무와의 형평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엔켐의 1년 내 만기 단기차입금은 1분기 말 약 1512억원이며, 제14회차를 제외한 CB 잔액은 약 378억원이다. 중앙첨단소재 주식을 담보로 빌린 약 118억원은 제14회 CB의 기존 풋옵션 행사일 다음 날인 11월 30일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발행한 제15회 187억원, 제16회 75억원, 제17회 30억원 CB의 풋옵션은 유지돼 채권자들이 내년 1월부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변경안이 부결되면 엔켐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제14회 채권자들은 즉시 회수 위험과 3년 연장 뒤 영업 회복 가능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