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가 빚은 그리스 문명 6천년, 인천에 펼쳐지다
핵심 요약
그리스 15개 박물관의 유물 348점이 인천에서 약 6천년의 해양 문명사를 펼쳐 보인다. 청동 충각과 레노르망 부조는 아테네의 해군력과 민주정 성장의 관계를 조명한다. 안티키테라 난파선의 금귀걸이와 황금 도금양관은 지중해 교역과 금세공 기술을 보여준다.
그리스 15개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348점이 인천 국립해양박물관에 모였다. 화요일 개막한 ‘그리스, 바다가 빚은 위대한 문명’은 신석기시대부터 헬레니즘시대까지 약 6천년에 걸친 역사를 바다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한국에서 열린 그리스 고대 유물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컨테이너 터미널과 현대 해운 항로를 품은 인천에서 고대 해양 문명의 궤적을 선보인다.
전시는 고요한 대리석 조각 중심의 익숙한 구성에서 벗어나 무역과 해전, 해양 진출이 그리스 문명을 움직인 과정을 부각한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기원전 4세기 대형 청동 충각 2점은 삼단노선의 뱃머리에 달아 적의 선체를 파괴하던 무기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군함의 노잡이를 새긴 레노르망 부조도 함께 전시된다. 이 배는 아테네의 신성한 국가 삼단노선 가운데 하나인 파랄로스로 추정된다.
군사 유물은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아테네가 함대 기동으로 페르시아의 침공을 물리친 역사와 맞닿아 있다. 당시 해상 우위는 고전기 민주정이 성장할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에게해는 교역로인 동시에 정치적 혁신이 단련된 무대였으며, 그리스를 대표적인 해양 국가로 성장시켰다. 민주주의와 올림픽, 헬레니즘 문화도 에게해와 지중해 항로를 따라 확산됐다.
평화로운 교역의 흔적도 전시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기원전 1세기 펠로폰네소스 앞바다에서 침몰한 로마시대 화물선 안티키테라 난파선에서 인양된 정교한 금귀걸이 한 쌍은 헬레니즘시대 지중해를 오간 사치품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섬세한 황금 도금양관은 당대의 뛰어난 금세공 기술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그리스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그리스 문화부와 협력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