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집행 잣대에 흔들리는 2순위 자진신고
핵심 요약
공정위와 검찰의 집행 기준 차이로 2순위 자진신고자의 형사상 지위가 불안정하다. 공정위의 고발 면제에도 검찰의 독자 수사나 고발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기관 간 기준을 조율하고 2순위 신고자의 보호 범위를 명확히 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여러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이어지면서 2순위 자진신고자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의 선제적 신고와 협조를 끌어내 내부 결속을 무너뜨리는 제도지만, 1순위와 달리 2순위 기업은 행정 제재를 줄이고도 형사 절차에 노출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신고 순간부터 기업 법무팀과 대리인은 자료 제출의 범위와 수사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법적 요건을 갖추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2순위 신고자에게 고발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한다. 반면 검찰은 고발 면제를 필수적인 보호로 보지 않고, 재판에서 형을 50% 감경해 구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면제하더라도 검찰이 독자적으로 범죄 혐의를 인지해 수사를 확대하거나 먼저 고발을 요구하면 기업은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 사건을 어느 기관이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현장의 담합 인식이 법적 판단 기준과 어긋나는 점도 신고 결정을 어렵게 한다. 과점시장에서는 영업 담당자가 경쟁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업계에서 형성한 개인적 인맥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일을 통상적인 시장 조사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이런 소통과 정보 교환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 위법 가능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행위의 범위와 위험을 가늠하기 어렵고, 섣부른 신고가 행정·형사 책임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게 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2순위 기업이 내부 증거를 전면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할지, 강제수사와 기소에 대비해 법적 노출을 줄일지를 두고 망설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자진신고를 통한 카르텔 내부 분열과 담합 차단이라는 제도의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경쟁당국과 수사기관의 적용 기준을 조율하고, 절차의 시차 때문에 보호 여부가 달라지지 않도록 2순위 신고자의 형사상 보호 범위와 지위를 일관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