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처 정책, 국정 조율력 가른다
핵심 요약
검찰개혁과 외교·노동·교육재정 현안에서 정부 부처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각 부처는 합수본 운영, 대화 구상, 주 52시간제 예외,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놓고 맞서고 있다. 대통령의 최종 판단과 함께 총리실·청와대 정책실의 조정 기능 강화가 요구된다.
검찰개혁 후속 조치와 대북·대러 정책, 근로시간 규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들이 공개적으로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않은 민감한 현안이어서, 정부 내부의 조정 기능과 대통령의 최종 판단이 정책 혼선을 해소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뒤 합동수사본부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무부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고 검사의 직접 관여가 위법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안전부는 공소청·중수청·경찰이 참여하는 새로운 합수 체계를 구상할 수 있고, 검사가 수사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남북 및 미·중 4자 대화 구상을 두고도 통일부는 이상이 현실을 바꾸는 동력이라고 강조했지만, 외교부는 이상주의적 희망이라고 맞섰다. 다음달 1~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참석 문제에서도 두 부처의 시각차가 확인됐다.
산업통상부는 메가특구특별법 논의와 관련해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등 첨단산업의 근로시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예외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제시되면서 건전한 논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산업부와 노동시간 단축을 국정과제로 둔 노동부의 정책 목표가 맞부딪힌 셈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된 교육교부금 개편에서도 기획예산처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총액 산정 구조의 수정을 추진하지만,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의 사건 암장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검찰 보완수사권 관련 입법은 여당에 맡겼고, 외교 분야에서는 실용주의를 앞세워 자주파와 동맹파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2월에는 반도체 업종의 주 52시간제 예외를 검토했으나 노동계 반발 뒤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물러섰다. 잇따른 이견이 장기적인 정책 혼선으로 번지지 않도록 총리실과 청와대 정책실이 절충안을 마련하고, 헌법상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조율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업무 부담을 분산하면서 부처별 정책 목표를 정리하는 과정이 향후 국정 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