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검토, 공급망 경쟁 흔든다
핵심 요약
애플이 중국 판매 제품에 CXMT 메모리 칩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과 납기, 조달 안정성이 메모리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의 선제 투자와 생산능력 확충, 정부의 규제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아이폰과 맥북 등에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 칩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자 미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중국산 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허용을 요청해온 상황이다. 실제 채택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형 고객사가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주목할 사안이다.
CXMT는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가 남아 있고 생산능력도 제한적이며 정부 규제라는 장벽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고객을 차례로 확보해 양산 경험과 신뢰를 축적하면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HP와 에이서 등 PC 업체는 일부 노트북에 CXMT 제품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이 업계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고객 이탈 위험과 맞닿아 있다.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사양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고객사는 최고 성능만으로 공급사를 결정하지 않는다. 필요한 시점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가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조달이 안정적인지까지 함께 따진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도 납기와 비용에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고객이 대체 제품과 다른 공급처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과 차세대 D램 투자를 앞당겨 기술 우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범용 메모리의 공급 불안을 줄일 생산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공급과잉을 경계해야 하지만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시장을 잃는 부담도 살펴야 한다. 정부에는 전력·용수·부지 확보와 인허가 개선, 주 52시간 규제의 유연한 운용이 과제로 제시된다. 애플의 CXMT 채택이 무산되더라도 고객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호황 이후의 경쟁력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