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행동 뒤엔 ‘그리고’ 아닌 ‘그러고’
핵심 요약
앞선 행동 뒤에 다음 행동이 이어질 때는 ‘그리고 나서’가 아니라 ‘그러고 나서’를 써야 한다. ‘그러고’는 ‘그리하다’의 준말인 동사 ‘그러다’의 활용형이다. ‘그러고서’, ‘그러고는’, ‘그러고 나서는’도 문법적으로 가능한 표현이다.
앞선 행동이 끝난 뒤 다음 행동이 이어졌다는 뜻을 나타낼 때 ‘그리고 나서’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난 1년간 전패한 a가 오늘 첫 승을 거뒀다는 문장이라면 ‘그러고 나서 오늘에야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로 고쳐야 한다. 이때 필요한 말은 병렬 연결을 나타내는 접속부사 ‘그리고’가 아니라 앞의 행동을 가리키는 동사 ‘그러다’다.
같은 원리는 ‘그리고서’, ‘그리고는’에도 적용된다. b가 인사한 뒤 연설을 시작한 상황은 ‘그러고서 연설을 시작했다’, c가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린 다음 영어로 감사를 표한 장면은 ‘그러고는 영어로 고맙다고 말했다’가 알맞다. ‘그리고 나서는’, ‘그리고서는’처럼 ‘그리고’에 다른 요소를 붙여 앞뒤 사건의 순서를 나타내는 표현도 같은 이유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그렇게 하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하다’의 준말인 ‘그러다’와 동사 ‘나다’가 결합한 구성이다. 본동사 ‘그러다’가 ‘그러고’로 활용되고, ‘나다’의 활용형 ‘나서’가 그 뒤에서 보조동사 역할을 한다. ‘밥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 ‘일을 마치고 나서’에서 각각 ‘먹고’, ‘마시고’, ‘마치고’ 다음에 ‘나서’가 붙는 방식과 같다.
‘그러다’는 동사이므로 ‘그러고서’로도 활용할 수 있고, 활용된 어미 뒤에는 보조사 ‘는’이 붙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리하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는’, ‘그러고서는’, ‘그러고는’이 모두 가능한 표현이 된다. 반면 접속부사 ‘그리고’는 단어·구·절·문장 등을 병렬적으로 연결하는 말이어서 앞선 행동 뒤에 다른 행동이 일어났다는 용법에는 맞지 않는다. 문장을 이을 때 ‘그리면서’가 아닌 ‘그러면서’를 쓴다는 점을 함께 기억하면 두 표현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