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감독 별세…한국 드라마에 남긴 깊은 궤적
핵심 요약
안판석 감독이 폐암과 뇌출혈로 투병하다 12일 오후 65세로 별세했다. ‘하얀거탑’과 ‘밀회’ 등으로 한국 드라마의 연출 수준과 소재의 폭을 넓혔다. 촬영과 편집을 마친 ‘연애박사’가 오는 10월 유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의 연출 영역을 넓혀온 안판석 감독이 12일 오후 65세로 별세했다.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은 고인은 최근 뇌출혈까지 겹쳐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했다. 작가의 이름이 작품을 대표하던 방송가에서 ‘안판석 드라마’라는 독자적인 표현을 정착시킨 그는 사실적인 직업 세계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영화에 견줄 만한 완성도로 자신의 작품을 각인시켰다.
1961년생인 안 감독은 1987년 MBC에 PD로 입사해 1991년 ‘고개숙인 남자’ 연출에 참여했고, 1994년 ‘짝’과 베스트극장 ‘사랑의 인사’를 선보였다.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2007년 ‘하얀거탑’이었다. 욕망을 좇는 인물을 중심으로 의료·정치·법정극의 성격을 결합한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20.8%를 기록했고, 안 감독에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을 안겼다. 주연 김명민과 주제곡 ‘B Rossette’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안 감독은 ‘아내의 자격’과 ‘세계의 끝’을 거쳐 2014년 ‘밀회’로 다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을 받았다. 피아노 천재 이선재와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의 관계를 다룬 이 작품은 클래식 음악계의 구체적인 묘사와 스무 살 차이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엮었다. 이후 정성주·김은 작가와 박혁권·장소연·김창완·장현성·이무생·길해연·서정연·허정도 등 여러 배우가 작품을 거듭 함께하며 ‘안판석 사단’으로 불렸다.
그는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협상의 기술’까지 로맨스와 여성 연대, 기업 인수·합병 등 서로 다른 소재를 세밀하게 영상화했다. 마지막 작품은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연애박사’다. 추영우와 김소현이 주연을 맡았으며, 한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민재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던 석사과정생 유진이 로봇 연구실에서 만나는 이야기다. 촬영과 편집은 모두 끝났고,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