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감독 별세에 방송가 애도 이어져
핵심 요약
안판석 감독이 뇌출혈 투병 중 지난 12일 별세해 방송가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현실에 밀착한 연출로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그렸다. 독창적인 영상 문법과 사람을 존중한 제작 방식은 한국 드라마계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하얀거탑’과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이 뇌출혈로 투병하던 중 지난 12일 별세했다. 배우 김혜수는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연출자의 길을 놓지 않았다며 깊은 존경과 애도의 뜻을 밝혔다. 최근작 ‘협상의 기술’ 제작진과 여러 작품을 함께한 배우·스태프도 고인이 남긴 장면과 뜨거운 창작 열정을 되새기며 추모하고 있다.
‘짝’에 출연했던 김혜수는 비보를 접한 뒤 오랫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밀회’의 김혜은은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준 감독을 잃은 슬픔을 표현했다. ‘졸업’, ‘협상의 기술’, 유작 ‘연애박사’까지 세 작품을 함께한 촬영감독 김영노는 작업자가 지녀야 할 자세를 몸소 보여준 귀한 어른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1987년 MBC에서 연출을 시작한 안 감독은 드라마가 현실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원칙을 작품 전반에 적용했다. ‘하얀거탑’에서는 병원 조직의 권력과 인간의 욕망을 밀도 있게 그려 한국 의학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가부장제와 지식인의 속물성, 상류층의 위선, 부와 혈통의 세습을 날카롭게 짚었다. ‘봄밤’과 ‘졸업’ 같은 멜로에서도 남녀의 심리와 사회적 현실을 함께 포착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연출의 참고서로 삼은 그는 롱테이크와 풀샷, 고유한 색감을 활용해 극사실주의적인 화면을 구축했고, 이는 ‘안판석 드라마’라는 독자적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지시보다 대화를 중시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로 배우와 스태프의 휴식을 보장했다. 시대 변화와 충돌하는 인간의 본성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들은 당대의 풍속화로 평가받으며, 드라마를 독립된 영상예술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