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유묵이 일깨운 평화를 지킬 힘
핵심 요약
광복절 81주년을 앞두고 안중근 의사의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가 공개됐다. 유묵은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제 규범의 한계를 일깨운다. 군사 역량과 함께 경제·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평화를 지킬 과제로 떠올랐다.
광복절 81주년을 앞두고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가 공개됐다.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의 여덟 글자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사형을 기다리며 국제 규범의 한계를 직시한 안 의사의 판단이 담겼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규범은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경고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에 놓인 한국에도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안 의사는 하얼빈 의거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수행한 정당한 전쟁 행위라며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다.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조선 역시 서구식 국제법을 수용하면 주권을 지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을사늑약과 정미조약, 경술국치로 이어진 주권 강탈 과정에서 기대는 무너졌다. 국제법을 강제할 국제기구가 없던 당시 국제 질서는 열강의 이해관계와 군사력에 좌우됐다.
110여 년이 지난 국제사회에서도 유묵의 문제의식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대만해협의 긴장은 국제법과 유엔 체계만으로 강대국의 무력 행사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두고도 국제사회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안 의사는 힘만을 앞세우지 않았다. 뤼순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며 협력과 평화를 함께 모색했다.
오늘날 국가를 지키는 힘은 군사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방산, 원전, 조선 분야의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도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기능한다. 유묵이 남긴 교훈은 평화를 원한다면 이를 지켜낼 실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데 모인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와 기술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과제가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조건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