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옥중 유묵 귀환…국제질서의 모순 새겼다
핵심 요약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쓴 유묵이 일본에서 환수됐다. 여덟 글자와 손도장에는 국제법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옥중의 기개가 담겼다. 서체 비교와 뒷면 기록을 통해 진본 가능성과 소장 경로가 확인됐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중국 뤼순감옥에서 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3일 길이 1m가 넘는 종이에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의 여덟 글자를 힘 있게 적은 작품을 공개했다. 국제법의 무력함을 절감하면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았던 안 의사의 현실 인식이 담긴 역사 자료다.
작품은 1910년 3월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왼쪽 아래에는 ‘경술삼월 어려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는 관지가 있으며, 먹을 묻힌 손바닥 도장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글씨는 해서의 획을 다소 흘려 쓴 행서를 바탕으로 빠르고 강한 운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보물로 지정된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와 ‘일통청화공’의 서체를 대조해 필획 처리와 자형 구성, 속도감, 손도장이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재판받았다. 그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수행한 정당한 전쟁 행위라며 만국공법에 따른 심리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단순 살인죄로 기소해 사형을 구형했다. 19세기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말에서 비롯된 ‘만국공법불여대포’에는 힘이 국제질서를 좌우하던 현실을 향한 비판이 응축돼 있다.
유묵 뒷면의 묵서는 최초 소장자와 전승 과정도 보여준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 집필을 위해 사형 연기를 요청했던 뤼순감옥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작품을 소장한 사실이 기록됐고,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평문광생 뇌협일인’도 소장자로 추정된다. 작품은 최소 세 차례 주인이 바뀐 것으로 보이며, 재단은 지난해 5월 존재를 확인해 같은 해 11월 환수했다. 현재 안 의사의 유묵 가운데 보물로 지정된 작품은 모두 31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