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옥중 유묵 귀환…국제질서의 모순 새겨
핵심 요약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옥중에서 쓴 유묵이 일본에서 환수돼 공개됐다. 유묵에는 국제법보다 대포가 앞선다는 뜻의 여덟 글자와 손도장이 남아 있다. 작품은 국제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당시 현실을 보여준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옥중에서 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가 일본에서 환수돼 13일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공개됐다. 국제법보다 대포의 힘이 앞선다는 뜻을 담은 여덟 글자는 당시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을 바라본 안 의사의 인식과 끝까지 꺾이지 않은 기개를 함께 보여준다.
이 유묵은 1910년 3월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왼쪽 아래에는 손바닥에 먹을 묻혀 찍은 선명한 손도장이 남아 있으며, 경술년인 1910년 3월 ‘대한국인’ 안중근이 썼다는 기록도 확인된다.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뜻하는 유묵 가운데 안 의사의 작품은 현재 모두 31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안 의사는 하얼빈 의거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뤼순의 일본 법원으로 송치돼 재판을 받았다. 그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자격으로 수행한 정당한 전쟁 행위라고 주장하며 만국공법, 곧 국제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 살인죄로 기소해 사형을 구형했으며, 1910년 3월 26일 형을 집행했다.
안 의사는 수감된 뒤 죽음을 앞둔 시점까지 여러 글씨를 남겼다. 이번에 돌아온 ‘만국공법불여대포’는 그가 국제법에 기대어 재판의 정당성을 요구했지만 끝내 힘의 논리에 가로막힌 현실을 압축해 기록한 자료다. 국제법의 무력함에 대한 깊은 회의와 당시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여덟 글자와 손도장에 고스란히 남아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