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옥중 유묵 116년 만에 고국서 첫선
핵심 요약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옥중에서 쓴 ‘만국공법불여대포’가 일본에서 환수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유묵의 필체와 손도장, 앞뒤 묵서를 통해 제작 시기와 소장·전승 과정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해외 협력망을 강화해 국외 문화유산 발굴과 환수를 계속 추진한다.
광복절을 앞둔 13일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남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가 처음 공개됐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5월 일본 현지 협력망을 통해 작품의 존재를 파악한 뒤 자료·현지 조사와 소장자 협상을 진행해 같은 해 11월 국내 반입을 마쳤다.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의 유묵은 안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1910년 2월 이후 국제법의 무력함과 제국주의의 힘을 비판하며 쓴 작품이다. 참모중장으로서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지만 단순 살인죄가 적용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겼다. 하단에는 손도장과 1910년 3월 작성 사실을 보여주는 묵서가 남아 있으며, ‘만(萬)’자를 초서로 쓴 필법도 다른 진본에서 확인되는 안 의사의 독자적 서풍과 일치한다.
작품 뒷면 기록을 통해 전승 과정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안 의사의 수감 기간 인간적으로 배려했던 뤼순감옥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처음 소장했고, 이후 자신을 ‘평문광생 뇌협일인’이라고 밝힌 인물이 넘겨받아 표구한 뒤 훼손 없이 보존했다. 공개 현장에는 1910년 3월 뤼순감옥 간수과장 기요타에게 써 준 유묵이자 2022년 보물로 지정된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함께 전시됐다. 이 글에는 고상하고 청아한 말을 나누던 사람을 향한 안 의사의 인애 정신이 드러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환수가 국외 유산의 물리적 회복을 넘어 선조들의 조국 수호 정신을 되찾는 일이라는 의미를 밝혔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외 유산의 체계적 환수와 전담 기관 역량 강화를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 의지를 나타냈고, 정태호 의원은 유묵 공개가 안 의사 유해 발굴 작업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유산청은 국외재단의 유럽·일본·미주 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협력망을 강화해 문화유산 발굴과 환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