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중심 창업 지원, 혁신의 뿌리 막는다
핵심 요약
안전과 실패 방지에 치우친 창업지원 체계가 청년 창업가의 과감한 도전을 제약하고 있다. 정주영과 이병철의 산업 개척은 경험 부족과 높은 위험을 감수한 결단에서 출발했다. 정부와 대학의 창업지원은 시행착오와 큰 목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대학이 창업 활성화를 내걸고 지원 체계를 확대했지만,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가 청년 창업가의 도전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촘촘한 지침과 정형화된 평가 지표,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지원 절차가 현실성이 높은 사업만 선별하면서 기존 시장을 뒤흔들 과감한 시도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원금 요건에 맞춘 규격화된 아이디어와 위험 회피형 사업모델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다. 창업가가 정부 지원의 범위 안에서 플랫폼 중개 서비스나 유행하는 품목을 반복하는 데 머물 경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우선하게 된다. 안전펜스와 매뉴얼은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창업가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생력을 키울 기회까지 제한할 수 있다.
과거 산업화 과정의 주요 도전은 충분한 경험과 확실한 성공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70년대 초 조선소와 선박 건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와 백사장 사진을 들고 영국에서 차관과 선박 수주에 나섰고, 중동 건설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73세였던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초정밀 첨단산업에 승부를 걸었다.
현재의 평가 기준을 과거 사례에 적용하면 경험 부족이나 과도한 위험이 약점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창업지원 제도의 방향을 되묻게 한다. 대학과 정부는 완성도 높은 사업계획서와 실패 없는 성과만 요구하는 경직성을 낮추고, 규모가 큰 목표와 시행착오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원의 목적도 안전한 사업을 골라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패 경험이 다음 도전의 자산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데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