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콘텐츠 피해자들, 미국 법원 문 두드린다
핵심 요약
온라인 명예훼손 가해자를 찾지 못한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의 디스커버리 절차를 활용하고 있다. 장원영 사건 이후 아이유·한소희·김희영 등으로 신청이 이어졌고 관련 의뢰도 30건을 넘어섰다. 높은 비용과 신원 확인의 한계 때문에 수사기관·법원·글로벌 플랫폼의 국제 공조 강화가 요구된다.
온라인 허위·비방 콘텐츠의 게시자를 확인하지 못해 수사가 멈추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의 디스커버리 절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수원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54살 ㄱ씨도 재작년부터 병원을 겨냥한 유튜브 영상이 반복 게시돼 운영자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의자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수사를 무기한 중단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약까지 복용하게 된 ㄱ씨는 직접 가해자를 찾기 위해 미국 사법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재판 전에 소송에 필요한 증거나 자료를 상대방 또는 제3자가 공개하도록 미국 법원이 명령하는 제도다. 아이브 장원영을 비방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의 신원이 이 절차를 통해 드러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장원영 측은 구글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2023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신청서를 냈다. 이후 해당 운영자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지난 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 뒤 가수 아이유와 배우 한소희,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 등 악성 댓글과 허위정보로 피해를 본 유명인들도 미국 법원에 증거 개시를 신청했다. 관련 법률 의뢰는 현재 30건을 넘어섰고, 의뢰인도 연예인뿐 아니라 변호사와 종교인, 사업가 등으로 넓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진행할 민사·형사 소송에도 증거 제공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규정이 국외 플랫폼에서 이용자 정보를 확보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미국 변호사를 별도로 선임하고 서면 작성 등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해 전체 비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 수익을 낸 계정은 구글이 보유한 계좌 정보 등이 신원 확인의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계정에서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긴 시간과 큰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를 개선하려면 국내 수사기관과 법원이 글로벌 플랫폼에서 피의자 정보를 실효적으로 확보할 제도와 국제 공조 체계를 마련하고, 플랫폼 기업도 공조 요청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