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의 사흘, 화가 수연이 마주한 마음
핵심 요약
화가 수연이 2017년 이탈리아 아씨시에서 보낸 사흘의 기록을 에세이로 펴냈다. 조토의 그림을 찾아간 여정은 예술과 사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부산 영도의 유년 기억까지 되짚으며 익숙한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을 담았다.
화가 수연의 신작 에세이 ‘흰 비둘기가 사는 곳: 아씨시에서 보낸 3일’이 현현에피파니에서 출간됐다. 책은 저자가 2017년 1월, 22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남긴 기록 가운데 아씨시에서 지낸 사흘을 일기 형식으로 엮었다. 명화를 직접 보려던 여정은 그림과 풍경을 지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확장된다.
여행기는 전체 일정 중 9일 차부터 11일 차까지의 행로를 따라간다. 수연은 조토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이자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가 남은 순례지 아씨시를 찾았다. 현지에서 마주한 미술 작품과 풍경, 낯선 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일기장에 옮기며 발길과 시선이 머문 자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기록했다.
책에 담긴 사유는 여행의 인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유년 시절의 기억, 여성의 삶, 이타심을 둘러싼 생각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수연은 여행 후 9년이 지나 당시의 일기를 다시 펼쳤고, 그 기록에서 꾸밈없이 드러난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 낯선 장소에서 얻은 감각이 오래된 기억을 새롭게 비추는 과정도 책의 주요 축을 이룬다.
아씨시에서 시작된 시선은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 영도로 뻗어 나간다. 늘 가까이에 있어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았던 영도의 색은 고향을 떠난 뒤에야 또렷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익숙한 삶도 거리를 두고 돌아볼 때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예술과 사람, 장소를 매개로 가장 내밀한 목소리를 찾아가는 사흘의 여정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