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초국경 전력망 속도…한국 기술에 시장 열린다
핵심 요약
동남아시아의 전력 수요 증가와 금융 여건 개선으로 아세안 파워그리드가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잉여 전력을 보유한 국가와 수요국을 연결하고 섬 지역에는 해저 전력망을 구축하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은 전력망 운용과 해저 케이블 경쟁력을 바탕으로 참여 분야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과 제조업 육성으로 동남아시아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아세안 파워그리드가 장기간의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사업으로 진전하고 있다. 이철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지난 7일 자카르타에서 한아세안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전력 수요 확대와 금융 여건 개선이 사업 추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세안 파워그리드는 발전량이 많은 국가와 전력이 부족한 국가를 초국경 송전망으로 잇는 사업이다. 라오스 등 북부 지역의 잉여 전력을 수요가 큰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공급하면 참여국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비롯한 섬 지역까지 연결하려면 육상 전력망뿐 아니라 대규모 해저 전력망과 케이블 구축도 필요하다.
20년 넘게 논의된 이 사업이 실행에 속도를 내지 못한 핵심 요인은 자금 조달이었다. 뚜렷한 금융 해법이 없어 구상에 머물렀지만, 최근 데이터센터와 원전 관련 논의가 맞물리고 아시아개발은행 등을 통한 파이낸싱 조건이 마련되면서 사업화 가능성이 커졌다. 전체 망을 동시에 건설하기보다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유력하며, 전력 수요와 금융 기능을 함께 갖춘 싱가포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전력 장비와 송전망 운용, 해저 전력망 및 케이블 분야가 주요 참여 기회로 꼽힌다. 한국전력 등이 축적한 전력망 운영 경험과 국내 기업의 세계적 수준 해저 케이블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아세안 각국이 자국 기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은 현지 업체를 우선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기업은 기술 우위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간을 선별해 참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