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다티 로이가 기록한 메리 로이의 두 얼굴
핵심 요약
아룬다티 로이는 회고록에서 어머니 메리 로이의 성취와 상처를 함께 기록했다. 메리 로이는 교육과 여성 상속권 확대에 힘썼지만 두 자녀에게 어두운 기억도 남겼다. 로이는 가족사를 폭로가 아닌 복합적인 사랑과 다른 삶의 방식을 탐색하는 작업으로 풀어냈다.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65)가 회고록 ‘어머니 내게 오시네’에서 교육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였던 어머니 메리 로이(1933∼2022)의 삶과 모녀 관계를 되짚었다. 어머니의 죽음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완성한 이 책은 202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회고록 부문을 수상했으며, 한국어판은 2026년 4월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메리 로이는 인도 케랄라에 학교 ‘팔리쿠담’을 세워 여러 세대의 아이들을 교육했고, 무일푼 미혼모에서 저명한 교육자로 성장했다. 재산 상속권을 둘러싼 법정 투쟁을 벌여 시리아계 기독교 여성도 부계 재산을 남성과 동등하게 물려받을 길을 열었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 이면에는 통제하기 어려운 분노가 있었고, 날카로운 말로 두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로이는 어머니를 존경과 두려움,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존재로 그렸다. 객관적인 인물평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을 형성한 관계의 밝고 어두운 면을 장과 문단마다 함께 담는 데 집중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직후에는 아무것도 쓰지 못할 만큼 무너졌지만, 보수적인 남인도 마을에서 장단점을 숨기지 않고 살아간 그의 생을 역사와 문학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집필로 이어졌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에는 큰 책임감이 따랐다. 로이는 이 작업을 폭로가 아니라 여러 형태의 사랑을 기록하고,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친구와 연인들이 만들어 간 또 다른 삶의 방식을 기리는 일로 규정했다. ‘작은 것들의 신’과 ‘지복의 성자’를 쓴 그는 자본주의가 극심한 불평등을 만들고 인간의 꿈까지 지배한다고 비판했으며, 한국 독자에게 별도의 교훈보다 자신의 책 자체가 건넬 수 있는 전부라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