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망, 국가가 대응 실패까지 분석한다
핵심 요약
국가가 지난 8월 4일부터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의 대응 실패 원인을 직접 분석한다.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에 정보 요청과 면담·자료 제출 요구 권한이 부여됐다. 분석 결과를 법령·예산·인력 개선과 부처 간 조기 징후 공유 체계로 연결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국가가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의 발생 과정과 대응 실패 원인을 직접 들여다보는 ‘아동학대의심사망사건 분석 제도’가 지난 8월 4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아동복지법과 시행령을 토대로 개별 사건의 책임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법령과 예산, 조직, 현장 관행, 기관 간 협력에서 드러난 허점을 찾아 아동 보호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분석을 맡을 아동학대의심사망사건분석특별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교육부·법무부·경찰청 고위공무원과 국가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 아동복지·사회복지·의학·법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사건 경위와 사전에 나타난 징후를 처음부터 되짚는다. 형사사법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유족과 관계자를 면담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응답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분석하려는 노력은 민간과 국회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2014년 ‘이서현 보고서’와 2017년 ‘은비 보고서’는 정부 종합대책과 제도 개선의 이정표가 됐지만, 지속적인 국가 시스템으로 정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인이와 해든이 사건에서도 학교·병원·지방정부·경찰 등 여러 기관이 포착할 수 있었던 신호가 파편화된 대응 속에 연결되지 못했다. 영국은 2003년 ‘빅토리아 클림비 보고서’를 계기로 아동 보호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새 제도가 실질적인 예방 장치가 되려면 분석 결과가 법령 개정과 예산 증액, 담당 인력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동의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협업 체계를 정착시키는 일도 과제로 남았다. 특별위원회의 분석은 특정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사건 뒤에 숨은 반복된 신호를 확인하고 같은 비극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망한 아이들이 남긴 흔적을 다음 위험에 놓인 아동을 구조하는 보호망으로 바꾸는 것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