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 범죄, '몰랐다'는 변명과 은밀한 접근 속 끊이지 않는 이유
핵심 요약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이 아동 성착취 혐의로 구속됐지만 '미성년자 몰랐다'고 주장했다. 피해 청소년의 첫 성착취 경험 연령이 14세로 낮아지고 SNS를 통한 은밀한 접근이 늘었다. 법은 강화됐지만 고의성 입증과 사회적 인식 문제로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아동 성착취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이 지난 30일 구속된 가운데, 그가 경찰 조사에서 “성매수 사실은 인정하지만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인 줄 알았다’는 변명은 아동 성착취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대표적인 방어 논리다. 관련 법이 꾸준히 강화됐음에도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는 피해 연령의 하락과 범죄의 은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2025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한 만 12~18세 청소년 201명 가운데 처음 피해를 경험한 나이가 14세라는 응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2019년과 2022년 조사에서는 16세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피해 연령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첫 피해 나이가 만 12세(7.3%)나 만 11세라는 응답도 있었다. ‘조건만남’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성착취 범죄가 더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법과 제도는 그동안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2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으로 성착취 피해 청소년을 처벌·보호처분 대상에서 명확한 피해자로 규정했고, 2021년에는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 강화되며 사이 그루밍 처벌 조항과 경찰의 신분 위장 수사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혐의를 적용하려면 가해자가 상대의 미성년자임을 알았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해, 가해자들이 ‘몰랐다’는 주장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오픈채팅·메신저·SNS 쪽지 등을 통한 피해 비율이 2022년 33.3%에서 2025년 67.6%로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범죄가 더욱 은밀해지면서 단속과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에게 유해 콘텐츠 차단 책임을 강제하는 등 사전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2020년 아청법 개정으로 피해 아동·청소년이 ‘피해자’로 규정됐음에도 여전히 이들을 자발적 성매매 주체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 최 전 의원 사건 이후 전직 부장검사 출신 김진모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미혼이라 불륜은 아니다” “상대 여성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것도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 ‘성인인 줄 알았다’는 변명이 반복되는 것은 범죄를 막을 제도와 사회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방증이며,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정치 스캔들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