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문학·항일 기록 59점 국내 귀환
핵심 요약
심훈의 소설과 시를 비롯한 친필 자료 46건 59점이 사후 9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상록수』 전체 원고가 처음 공개됐고 『심훈시가집』에는 일제의 붉은 검열 흔적이 남아 있다. 유가족이 기탁한 자료는 2027년 4월 국립한국문학관 개관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심훈(1901~1936·본명 심대섭)이 남긴 장편소설 『상록수』와 시 「그날이 오면」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10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원에서 유가족이 기탁한 46건 59점을 공개했다. 자료에는 『심훈시가집』과 『상록수』·『직녀성』·『영원의 미소』 원고뿐 아니라 사진과 부고 전보 등 개인사의 흔적도 포함됐다.
식민지 농촌의 현실을 다룬 『상록수』의 친필 원고 전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작품의 21화와 78화 일부를 비롯한 낱장 9점만 당진 심훈기념관에 보관돼 있었다. 1932년 심훈이 단행본 출판을 위해 직접 묶은 『심훈시가집』에는 서대문형무소 수감 중 작성한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도 친필로 남아 있다. 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관에 냈던 표지와 내지에는 검열 과정에서 찍힌 붉은 선과 도장이 선명하다.
문학인이자 언론인, 독립운동가였던 심훈은 경성 제일고등보통학교 4학년이던 1919년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이번 원고들이 그의 작품 세계와 항일독립운동의 궤적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운동사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임헌영 관장은 「그날이 오면」을 구한말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나란히 평가할 만한 일제강점기의 ‘제2의 절명시’로 규정했다.
자료는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1936~2021)가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서 보관해온 유품이다. 곳곳에는 동아일보 기자였던 심재호가 남긴 메모가 붙어 있으며, 원고는 오동나무함 안에서 50년 동안 보존됐다. 기자회견에 화상으로 참석한 손녀 심영주·심영민은 자료를 조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부친의 뜻을 이어 기탁했다고 밝혔다. 친필 원고는 국립한국문학관이 문을 여는 2027년 4월 이후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