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문학자료 59점 귀환…검열 원고도 공개
핵심 요약
심훈 유가족이 보관해 온 친필 원고 등 46건 59점이 국내에 공개됐다. 1932년 묶은 ‘심훈시가집’에는 붉은 검열 흔적과 ‘그날이 오면’ 친필 원고가 남아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19년부터 협의를 진행해 7년 만인 지난 6월 기탁약정을 체결했다.
심훈 사후 90주년을 맞아 미국의 유가족이 보관해 온 친필 원고와 개인 자료가 국내에 공개됐다. 국립한국문학관에 기탁된 자료는 모두 46건 59점으로, 장편소설 ‘상록수’와 ‘직녀성’, ‘영원의 미소’ 원고를 비롯해 영화 각본, 사진, 심훈의 부고를 알린 전보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핵심 자료인 ‘심훈시가집’은 심훈이 단행본 출판을 위해 1932년 직접 묶은 원고다. 일제의 허가를 받으려고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관에 제출했던 표지와 내지 곳곳에는 검열 과정에서 남은 붉은 선과 도장이 선명하다. 이 시가집에는 검열로 간행되지 못한 ‘그날이 오면’과 서대문형무소 수감 중 작성한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이 친필로 담겼다.
심훈은 소설가와 시인,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작품에 항일민족정신을 뚜렷하게 새겼다. 경성 제일고등보통학교 4학년이던 1919년 3·1 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렀고, ‘그날이 오면’에는 독립의 날 종로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두개골이 깨져도 기뻐 죽겠다는 극적인 염원을 표현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이 금메달을 딴 소식을 듣고 쓴 것으로 알려진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이번 자료에 들어 있다.
자료를 지켜 온 셋째 아들 심재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1936년에 태어나 얼굴도 모른 채 유품을 정리하고 보존해 왔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한 그는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 자료를 보관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법인 설립 직후인 2019년부터 유가족과 수집을 협의했고, 7년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6월 기탁약정서를 체결했다. 임헌영 관장은 ‘그날이 오면’을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나란히 평가할 만한 일제 치하의 ‘제2의 절명시’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