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안상호 친일 규정, 행위 입증이 먼저”
핵심 요약
심용환 소장은 안상호의 친일 부역 행위가 입증되기 전 친일파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고종독살설과 주치의 경력만으로 안상호를 독살의 주체로 보는 해석에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친일 규정의 기준이 무너지면 과거사 비판과 역사학의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학자 심용환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친일파로 단정하려면 구체적인 부역 행위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친일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단체에 몸담았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성격을 확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며, 이번 논란은 합리적 중재보다 시간이 지나며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심 소장은 고종의 주치의였던 안상호를 고종 사망과 연결하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고종독살설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암살 풍문이지만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지는 않으며, 10년간 일본에 저항하지 않은 고종을 일본이 갑자기 살해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치의였다는 이력만으로 안상호를 독살의 주체나 친일파로 모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안상호의 이력에 비판적으로 살펴볼 대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당대 의학 엘리트로 젊은 시절 의친왕의 총애를 받았고, 대정친목회처럼 친일 인사들이 많이 참여한 단체에 소속됐다. 일본이 시정 홍보에 그의 집안을 활용한 사실도 있어 말년까지 존경받을 인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관련 논문도 안상호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주장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는 게 심 소장의 설명이다.
심 소장은 독살설을 사실로 여기는 대중 인식과 일부 학자의 견해를 역사학계 전체의 판단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하영까지 친일파의 후손으로 낙인찍혔다고 진단했다. 하영에게 아쉬운 점으로 가족사의 불편한 측면을 성찰하지 않은 태도를 들었지만, 조상의 긍정적인 면만 기억하고 자랑하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친일의 기준을 지나치게 넓히면 무엇을 비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조차 흐려질 수 있으며, 역사학이 선악의 단순한 판별 도구가 될 경우 학문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