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의 압도감과 AI의 친밀감이 만난 스크린
핵심 요약
‘오디세이’는 10m 높이의 트로이 목마와 원근법 촬영으로 신화의 장면을 실물로 구현했다. AI 캐릭터 팡타오즈는 등장 두 달 만에 팔로어 40만 명과 재생 횟수 2억5000만 회를 넘어섰다. 실물 중심 영화와 데이터 기반 캐릭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감과 친밀감을 만들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는 신화적 서사를 물리적인 현실감으로 구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높이 10m, 무게 3t에 이르는 실물 모형이다. 오디세우스를 연기한 맷 데이먼을 비롯한 배우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된 공간이 아니라 실제 목마 내부에 들어가 연기했다. 촬영은 시칠리아 인근 섬에서 진행됐다.
거인족과 맞서는 장면에도 디지털 합성 대신 원근법을 활용했다. 키 2m가 넘는 배우와 약 130㎝의 스턴트맨을 배치해 체격 차이가 더 크게 보이도록 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앞선 작품에서도 실물을 고집했다. ‘다크 나이트’에서는 특수 제작한 피스톤 장치로 18륜 대형 트럭을 시카고 도심에서 뒤집었고, ‘인터스텔라’를 위해 60만 평 규모의 옥수수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 ‘오펜하이머’의 핵폭발 장면도 화약과 화학반응으로 완성했다.
이와 대조되는 존재가 중국 AI 쇼트드라마 ‘해고당한 소녀’의 주인공 팡타오즈다. 20세로 설정된 이 가상 인물은 등장한 지 두 달 만에 팔로어 40만 명과 재생 횟수 2억5000만 회를 넘어섰다. 집과 직장, 요리와 반려견을 중심으로 한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잡티와 모공, 지워진 화장과 헝클어진 머리카락까지 표현한다. 실제 몸과 촬영 현장이 없지만 세밀하게 설계된 생활과 외형으로 친밀감을 쌓는다.
팡타오즈의 60초 광고 단가는 약 25만8000위안, 한화 약 5500만원으로 팔로어 1000만 명을 보유한 일부 인플루언서보다 높다. 제작비는 실제 배우를 기용할 때보다 적게 든다. 연기와 수익, 팬과 이야기를 갖춘 AI 캐릭터에 지식재산권이 결합하면서 돈과 감정, 관계와 서사가 형성되고 있다. ‘오디세이’가 땀과 흙먼지의 질감으로 관객을 설득한다면, 팡타오즈는 픽셀과 데이터로 구현한 일상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