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파고 속 한반도 위기관리 과제
핵심 요약
미·중 전략경쟁과 동북아 진영 대립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의 국경선 구축과 전방 군사력 재편으로 우발적 충돌과 확전 위험이 커졌다. 동맹과 전략적 자율성을 병행하며 다자외교를 통한 대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동요가 동북아로 번지면서 한반도의 우발적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미·일은 동맹 현대화를 바탕으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북·중·러 사이에서도 양자 안보협력이 전례 없이 확대됐다. 진영 대립이 선명해지는 가운데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탈냉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와 ‘두 국가’ 구상을 헌법에 반영한 데 이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만들기 위한 장벽 건설과 요새화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활용해 개선한 전차와 사거리 연장 자주포, 방사포, 드론 등을 전방에 집중 배치해 수도권을 겨냥할 태세도 갖추고 있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기능이 약화되면 작은 분쟁도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과거 긴장 완화에 활용됐던 군사회담은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 북한은 군사적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교과서와 문건에서 통일과 동족 개념을 지우는 정치사회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국경선 구축과 정밀성을 높인 군 재편이 마무리되면 서해 북방한계선까지 영해로 주장하며 국지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7차 핵실험 중단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유예를 전제로 북한의 행동을 묵인하고 있어 기존 정전체제의 위기관리 역량은 더욱 제한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확장억제와 대화·평화 조치를 함께 운용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남북 군사합의의 선제적 조치와 선 핵동결, 체제 존중에 기초한 평화공존, 군사주권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8·15 경축사와 9월 동방경제포럼, 11월 중국 APEC 정상회의를 활용해 북한을 다자무대로 이끌거나 간접 대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우발적 충돌을 막을 정전체제의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억제하는 실용외교의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