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이동권 막힌 장애인들, 유엔에 구제 요청
핵심 요약
장애인 단체들이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시외버스가 한 대도 없다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기했다. 법원이 인정한 7개 노선의 탑승 설비도 2027년부터 도입돼 2035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유엔 권고는 강제력이 없지만 향후 국가 상대 소송에서 위법성과 과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 6개 단체가 5일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기했다. 12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휠체어 탑승 설비가 없는 시외버스를 차별로 판단한 판결을 받았지만, 현재 장애인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시외버스는 한 대도 없다는 이유다. 단체들은 이런 현실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자 차별임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은 2022년 버스운송사업자가 휠체어 탑승 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를 차별로 판단하면서도,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 결과 원고들의 주거지와 가족·직장 소재지를 잇는 7개 노선에서만 단계적인 설비 도입이 인정됐다. 이들 노선의 도입도 2027년에 시작해 2035년에야 끝날 예정이어서 판결 이후에도 이동권 보장이 장기간 미뤄진 상태다.
허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비장애인은 버스를 타기 전에 해당 노선을 이용할 이유나 가족관계, 주거지를 증명하지 않는다며 장애인에게만 이동의 필요성을 입증하도록 한 기준을 비판했다. 진정인단 대리인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당사자가 이사하거나 직장을 옮기면 12년간의 소송 결과가 쓸모없어지고 처음부터 소송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정부에는 실효성 있는 법제 개선과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개인진정은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구제 절차를 모두 밟고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구제를 요청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가 2022년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위원회가 권고를 내리더라도 법원 판결과 같은 강제력은 없지만, 권고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서 위법성과 과실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