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세제, 혈연 넘어 기업 존속 지원한다
핵심 요약
정부가 M&A와 임직원 인수 등 제3자 승계에도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절세형 승계에는 과세를 강화한다. 지원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세금 회피 방지가 제도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정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승계 지원의 무게중심을 친족 중심의 경영권 이전에서 기업 존속으로 옮겼다. 후계자가 없어 흑자 기업이 폐업하고 숙련기술과 일자리, 거래망까지 사라지는 문제에 대응해 인수합병(M&A)과 임직원 인수(EBO) 등 제3자 승계에도 세제 지원을 적용한다. 승계를 상속세 부담 완화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고용 유지의 과제로 다루겠다는 변화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개편하는 동시에 장기 저PBR, 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를 낮춰 승계 부담을 줄이는 방식에는 과세를 강화한다. 공제 한도는 최대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경영기간과 전문기술, 경영 노하우 등을 지원 기준으로 삼는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승계에는 혜택을 주되 절세나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한 승계는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혈연을 전제로 하지 않는 승계는 국내외에서 이미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대국민 사과에서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도 친족뿐 아니라 임직원과 M&A를 통한 승계를 사업승계 정책에 포함해 왔다. 이번 개편은 이 같은 흐름을 중소·중견기업 정책에 반영해 가업승계의 범위를 기업을 남기는 일로 넓히려는 시도다.
제도의 성패는 지원 기준의 명확성과 현장 작동 여부에 달렸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능한 승계자가 반드시 자녀일 필요는 없다면서 세금 감면보다 기업 운영 기간에 과세를 미루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제3자 승계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악용 가능성과 1000억원 공제 한도의 과도함을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30년 경영기간과 기술·노하우 심사, 위원회 판단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