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이어진 홍은영의 신화 세계
핵심 요약
놀란의 ‘오디세이’가 홍은영의 신화 만화를 읽고 자란 세대의 기억을 되살렸다. 1천200만 부 이상 판매된 만화는 독창적인 인물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으로 폭넓은 문화적 흔적을 남겼다. 출판사와의 분쟁 뒤 작업을 멈췄던 홍은영은 ‘이집트 신화’ 웹툰으로 돌아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디세이’가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스크린에 펼치면서, 20여 년 전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세대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수원에 사는 직장인 박지훈(32)과 성남의 직장인 정예슬(31)은 홍 작가가 연재에서 빠진 뒤 미완으로 남았던 귀향과 복수의 결말을 영화로 확인한 듯한 감상을 밝혔다.
가나출판사가 2000년 11월 내놓은 전 20권의 교육만화는 토머스 불핀치의 ‘전설의 시대’를 토대로 올림포스 신과 영웅, 괴물의 이야기를 풀었다. 1천200만 부 이상 팔렸고 2002년 문화관광부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다. 밤색 머리의 아테나, 주황색 옷의 프시케, 짙은 파란 곱슬머리의 하데스, 양 갈래 올림머리의 아르테미스처럼 뚜렷한 인물 디자인은 1990년대생 독자들에게 신화의 대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과장된 근육을 지닌 남성과 잘록한 허리의 여성, 화려한 의상과 머리 모양은 인물마다 다른 개성을 부여했다. 어린 시절 그림을 따라 그렸던 김슬기(34)는 홍 작가를 ‘한국의 호메로스’로 기억하며, 작품이 같은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적 언어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인기는 2002년 SBS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39편으로 이어졌고, 2003년 4월 발매된 음반에는 그룹 god가 부른 주제가도 실렸다.
홍 작가는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와 아들 텔레마코스와 재회하는 18권까지 그린 뒤 출판사와의 갈등으로 작업을 중단했다. 판매 부수와 인세, 애니메이션·상품에 사용된 그림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은 판매량을 축소해 인세를 덜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고, 홍 작가는 미지급금과 이자를 받았다. 절판된 책이 중고 시장에서 수집품으로 거래되는 가운데, 그는 7월 22일 네이버웹툰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로 첫 세로형 웹툰 연재를 시작하며 신화 독자들과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