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우즈베크 전 대통령 딸 자금세탁 방치로 54억 벌금
핵심 요약
스위스 법원이 롬바드 오디에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으로 54억원 벌금을 선고하고 4억 스위스프랑 이상을 몰수했다. 카리모바 관련 형사 절차는 공소시효 문제로 종료됐다. 은행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스위스 연방형사법원이 27일(현지시간) 제네바 소재 프라이빗은행 롬바드 오디에에 대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300만 스위스프랑(약 54억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우즈베키스탄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의 장녀 굴나라 카리모바가 통신회사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스위스 은행 계좌를 통해 세탁한 정황과 맞물려 나온 것이다.
법원은 롬바드 오디에가 카리모바 관련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며, 사건과 연루된 자산 4억 스위스프랑 이상을 몰수하도록 명령했다. 아울러 당시 계좌를 관리했던 전직 직원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카리모바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더 오피스'라는 범죄 조직을 운영하며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스위스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재판은 지난 4월 시작됐으며, 법원은 롬바드 오디에가 자금세탁을 차단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이고 조직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카리모바에 대한 형사 절차는 공소시효 문제로 종료됐다. 법원은 카리모바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복역 중인 상황에서 공소시효 만료 전 송환 또는 석방 가능성이 없어 재판을 계속할 수 없다고 설명했으며, 이는 혐의 무죄가 아닌 절차적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롬바드 오디에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 측은 2012년 의심 거래를 스위스 당국에 먼저 신고했고 당시에도 자금세탁 방지 절차와 내부 통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카리모바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그는 자국에서 횡령과 갈취 등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가택연금 조건을 위반해 2019년 수감된 상태다. 법원은 범행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점을 고려해 형량을 일부 감경했고, 2011년 7월 이전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