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한 선율, 두 안무로 다시 태어난다
핵심 요약
서울시발레단이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초연 200주년을 기념한 더블 빌을 14~16일 선보인다.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은 음악과 춤의 대화를 시적으로 풀어내며 아시아에서 처음 공연된다. 에크만의 ‘선인장’은 예술 평가의 위계와 확신을 과시하는 인간의 욕구를 유머로 비춘다.
서울시발레단이 슈베르트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초연 200주년을 맞아 서로 다른 시선의 현대발레 두 편을 한 무대에 올린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더블 빌 ‘죽음과 소녀’는 크리스티안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과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으로 구성된다. 창단 2년 차인 서울시발레단은 같은 음악에서 출발한 시적 세계와 풍자적 무대를 나란히 펼친다.
아시아에서 처음 공연되는 ‘일곱 번째 파랑’은 슈베르트의 곡 전체를 연속해 들려주지 않고 장면마다 필요한 부분을 배치해 음악과 안무가 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우울한 정서를 바탕에 두면서도 삶의 밝은 순간을 통과해 마지막에는 재미를 더한다. 제목은 일곱 쌍의 무용수와 슈푹이 좋아하는 파란색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강효정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임수정 취리히발레단 솔리스트가 출연한다.
슈푹에게 ‘죽음과 소녀’는 여덟 살 무렵 여름방학에 우연히 접한 뒤 평생 되돌아온 음악이다. 그는 죽음의 공포보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시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였고, 원곡을 훼손하지 않은 채 춤으로 새롭게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00년 초연 이후 여러 발레단이 작품을 이어 왔지만 정확한 복제보다 무용수와의 교류에서 새로운 답을 찾았다. 이번 작업에서도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한국 무용수들의 태도와 배움에 대한 열의를 주목했다.
2010년 초연된 ‘선인장’은 예술을 규정하고 평가하면서 권위를 세우려는 인간의 욕구를 빠른 움직임과 강한 리듬, 진지함 속 유머로 드러낸다. 에크만은 비평의 권위가 사라진 대신 온라인 공간으로 흩어졌고, 즉각적인 반응 가운데 무엇을 노출할지는 알고리즘이 좌우하는 현실까지 작품의 문제의식과 연결했다. 무대 위 선인장의 공식적인 의미는 제시하지 않는다. 관객이 해답을 찾으려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웃게 하는 장치다. 이상은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 리드 수석과 리앙 시후아이 서울시발레단 발레마스터가 출연하며, 콰르텟21과 엘랑콰르텟이 연주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