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4056곳에도 노인들이 공항으로 향하는 까닭
핵심 요약
탑골공원의 장기·바둑 금지 이후 인근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 하루 최대 250명이 몰리고 있다. 서울 무더위쉼터 4056곳 가운데 2825곳은 회원 이용시설이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된 노인 대상 시설은 35곳이다. 노인들이 종로와 인천공항까지 찾아가는 현실은 편히 머물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돈 최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정자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공원에서 장기와 바둑 등 오락 행위가 금지된 지 1년이 된 날이었다. 장기를 즐기던 이들의 발길은 걸어서 5분 남짓 떨어진 낙원상가 1층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로 옮겨갔다. 20평 남짓한 실내에 마련된 장기·바둑판 17개는 모두 차 있었다.
이곳에는 하루 최대 250명이 방문하며, 이용자의 약 30%는 서울 밖에서 찾아온다. 카페는 음료값과 장시간 이용에 대한 부담이 있고, 경로당이나 복지관은 기존 이용자 중심의 분위기 탓에 처음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문화 놀이터에서는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구경하거나 훈수를 두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혼자 온 이용자도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폭염을 피해 인천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도 늘고 있다. 공항은 냉방 시설과 화장실, 의자를 갖췄고 65세 이상이면 공항철도 일반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의 무더위쉼터는 지난 10일 기준 4056곳이지만, 약 70%인 2825곳은 경로당을 비롯한 회원 이용시설이다. 특정 계층을 위한 시설이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된 곳은 35곳에 불과하다.
등록된 쉼터가 4000곳을 넘는데도 장기를 두기 위해 종로까지 오고 더위를 피하려 공항으로 향하는 현실은 시설 수와 실제 접근성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 하루 최대 250명이 몰리고 자리 부족 민원이 나오는 점도 부담 없이 머물며 관계를 이어갈 공간의 수요를 드러낸다. 이용자가 몰리는 시설을 넓히고 지역마다 누구나 편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고령사회에 필요한 생활 인프라 확충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