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함정을 판별하는 법정 수학
핵심 요약
실제 사건 열 건을 통해 잘못된 수치와 전제가 판단을 왜곡하는 과정을 짚는다. 부실한 확률 계산은 강도 사건과 샐리 클라크 사건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됐다. 전체 통계와 세부 자료를 함께 살피는 태도가 숫자의 함정을 피하는 핵심이다.
레일라 슈넵스 등이 쓴 ‘법정에 선 수학’은 재판과 대학 입학 등 실제 사건 열 건을 통해 숫자가 어떻게 판단을 흐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일선이 옮기고 아날로그가 펴낸 이 책은 계산 결과만 받아들이지 말고, 계산에 쓰인 자료와 전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격은 1만8000원이다.
196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강도 사건에서는 금발을 묶은 백인 여성과 턱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 노란 자동차라는 목격 정보가 쟁점이 됐다. 검사는 각 특징이 나타날 확률을 곱해 같은 조건의 남녀가 존재할 가능성을 1200만분의 1로 제시했고 배심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노란 자동차의 비율처럼 조사되지 않은 값이 계산에 포함됐고,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확률 계산의 사용을 문제 삼아 판결을 뒤집었다.
영국의 샐리 클라크 사건에서도 잘못 세운 전제가 비극을 낳았다. 어린 두 아들이 모두 자연사할 가능성을 약 7300만분의 1로 계산했지만, 형제가 유전적 특징과 생활 환경을 공유한다는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둘째 아이의 심각한 세균 감염 기록이 발견돼 유죄 판결이 취소됐으나, 클라크는 이미 3년 넘게 수감된 뒤였다. 책은 이 밖에도 살인, DNA 검사, 필적 감정 등에서 숫자가 판단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1970년대 미국 UC 버클리 대학원 자료에서는 남성 지원자의 합격률이 약 44%, 여성은 약 35%로 집계됐다. 전체 수치만 보면 여성에게 불리해 보였지만, 학과별 분석에서는 여성 지원자가 합격률이 낮은 학과에 더 많이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책은 사건마다 계산과 주장의 오류를 독자가 직접 찾도록 이끈다. ‘합격률 90%’, ‘만족도 1위’, ‘수익률 20%’처럼 익숙한 숫자도 산출 과정과 실제 의미를 따져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