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폭염에 밭으로 향하는 고령 농민들
핵심 요약
수확기를 맞은 고령 농민들이 폭염의 위험을 알면서도 농작물을 거두기 위해 밭으로 향하고 있다. 전북과 충남, 대구에서 논밭 작업 중이던 고령층의 온열질환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 재난문자와 야외활동 자제 권고를 넘어 농민의 수확 여건과 홀로 하는 작업을 고려한 대책이 요구된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농촌에서 수확기를 맞은 고령 농민들이 위험을 알면서도 밭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는 지난 3일 90대 여성이 집 앞 텃밭에서 일하다 열사병으로 숨졌다. 같은 마을 김영렬(86)씨는 무더위에 밭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농사를 짓는 주민에게는 작업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낮 최고기온이 37.2도까지 오른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는 김순래(81)씨가 오전부터 참깨를 거두고 있었다. 제때 따지 않으면 깨가 땅에 떨어져 먹을 수 없게 된다며 점심 전에 일을 마칠 계획을 세웠다. 자식들에게 줄 작물을 수확하려고 이른 아침 전주에서 버스를 타고 밭을 찾았다. 청웅면의 한 주민(67)도 새벽부터 토마토 하우스에서 일한 뒤 오전 10시께 귀가했다.
고추와 깨 같은 농작물은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땅에 떨어져 거두기 어려워진다. 농민들이 한낮을 피해 새벽부터 작업하더라도 온열질환 위험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충남 당진에서는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논밭에서 작업하던 3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고, 4일에는 대구 군위군의 참깨밭에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전북의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6명으로 지난해 1명보다 늘었다. 사망자는 모두 70대 이상이며 4명은 밭이나 텃밭에서 쓰러졌다.
지자체는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재난문자와 마을 방송으로 야외활동 자제를 안내하고, 무더위쉼터 운영과 고령층 안부 확인을 진행한다. 생활지원사와 이·통장의 현장 방문도 이어지고 있지만 작업 중인 농민은 문자나 방송을 확인하기 어렵다. 혼자 일하는 고령자는 증상이 나타나도 곧바로 도움을 청하기 힘들고 발견도 늦어질 수 있다. 김종수 청웅면 주민자치위원장은 평생 농사일을 해 온 노인, 특히 소규모 텃밭에서 일하는 주민의 사정을 반영한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