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과 순환 품은 사찰 해우소, 문화유산 된다
핵심 요약
100년 넘게 원형과 기능을 유지한 사찰 해우소 세 곳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됐다. 해우소는 배설과 함께 번뇌를 비우는 수행 공간이자 입측오주를 실천하는 장소였다. 배설물을 퇴비로 되돌리는 구조에는 자연과 인간의 순환을 중시한 불교적 생활문화가 담겼다.
순천 선암사 측간과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가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국가유산청은 건립된 지 100년이 넘은 세 시설을 최근 지정 예고했다. 세 곳은 처음 세워진 위치와 원형을 유지한 채 현재까지 실제 화장실로 사용되고 있어, 사찰의 수행 방식과 생활문화를 함께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된다.
사찰 해우소는 배설물을 처리하는 시설을 넘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비우는 수행 공간으로 기능했다. 스님들은 들어갈 때부터 용변을 마치고 씻은 뒤 나올 때까지 다섯 가지 진언인 ‘입측오주’를 외우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몸속의 것을 덜어내는 과정에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도 내려놓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전통 선종 사찰이 해우소를 법당, 승방과 함께 필수 공간으로 갖춘 배경도 여기에 있다.
건축과 사용 방식에는 자연 순환의 원리도 담겼다. 해우소는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한 누각 형태로 세워 통풍이 원활하도록 했으며, 배설물 위에 낙엽과 왕겨, 톱밥 등을 뿌려 자연스럽게 발효시켰다. 이렇게 얻은 퇴비를 사찰 텃밭의 거름으로 쓰고, 그 밭에서 기른 채소를 다시 공양에 올렸다. 음식이 배설물과 거름을 거쳐 다시 음식으로 돌아오는 구조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는 불이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구현한다.
이번 지정 예고는 불전과 탑처럼 신앙의 중심에 놓인 건축물뿐 아니라 승려들의 평범한 하루와 수행이 축적된 시설도 문화유산으로 바라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제자리에서 본래 모습을 간직하고 실제 기능까지 이어온 세 해우소에는 배설을 수행으로 받아들인 불교 문화와 자원을 되돌려 쓰던 사찰 공동체의 생활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지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러한 생활문화유산의 가치가 더욱 구체적으로 조명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