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전시장까지, 청주서 마주한 빛
핵심 요약
옛 연초제조창을 재생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방수장고와 보존 공간을 둘러봤다. 한국 근현대 조각의 재료와 형태 변화, 김복진의 작품 세계를 한 공간에서 확인했다. 방혜자의 작품 60여 점은 빛과 생명, 우주를 향한 60여 년의 작업을 보여줬다.
폭염이 이어진 지난 6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찾았다. 광주송정역에서 KTX로 약 1시간을 달려 오송역에 도착한 뒤 747 급행버스로 청주 도심에 들어섰다. 짙은 녹음을 드리운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끝에는 옛 연초제조창을 문화 공간으로 되살린 미술관이 자리했다. 산업 시설의 흔적과 직선적인 외관을 간직한 건물은 그 자체로 첫 전시품처럼 다가왔다.
건물 안에서는 화려한 전시장보다 작품이 머무는 수장고가 먼저 관람객을 맞았다. 1층부터 4층에는 개방수장고와 보존과학실, 교육공간이 마련돼 작품의 보관과 이동, 복원 과정을 살필 수 있다. 1층에는 짐 다인의 <색채의 전율>, 김희경의 <영혼의 나무>와 <비상>, 김복진의 <미륵불> 등이 놓였다. 1930년대 이후 조각을 연대와 재료별로 따라가면 돌과 청동에서 철, 합성수지, 플라스틱으로 넓어진 한국 근현대 조각의 흐름이 드러난다.
충북 청원 출신 김복진(1901~1940)은 도쿄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작품 활동과 미술 교육, 비평을 이어간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다.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보은 법주사 미륵대불의 원형도 제작했다. 5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방혜자(1937~2022)의 작품 60여 점이 관람객을 맞았다.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60여 년간 빛과 생명, 우주를 화폭에 담아 ‘빛의 화가’로 불렸다.
2008년작 <하늘의 토지>에는 짙은 푸른빛 아래 연두와 황톳빛이 겹치고 중앙으로 여명 같은 빛이 번진다. 생전에 교류한 소설가 박경리의 <토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부활의 노래>에서는 붉은 빛과 가지처럼 뻗은 선이 닥지의 거친 질감 위로 솟는다. 닥지를 구겼다가 펴고 앞뒤에 여러 차례 색을 입힌 작업 방식은 종이 안에서 빛이 배어 나오는 효과를 만든다. 조각 제작 전 형태와 구성, 색채를 검토한 스케치까지 살핀 뒤에는 ‘앙리마티스와 프랑스 화가들’ 전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