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대북·근로시간 놓고 부처 충돌 확산
핵심 요약
수사체계와 대북정책, 근로시간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법무부와 행안부, 통일부와 외교부, 산업부와 노동부가 주요 현안에서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정부 내부의 사전 조율과 명확한 정책 방향 설정이 국정 신뢰를 좌우할 과제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합동수사본부 운영, 대북정책 기조,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등 민감한 국가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 부처가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내세우는 가운데 청와대 업무보고와 장관 기자간담회, 토론회에서 상반된 견해가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 정부 내부의 정책 조정 역량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생중계된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 수사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며 검경 합수본 체계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만 없어진 것이라며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개편된 뒤에도 공소청·중수청·경찰 합수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같은 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미·중 4자 대화를 제안하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회의 뒤 이를 이상주의적 희망으로 평가하며 현실성을 낮춰 봐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튿날 이상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근로시간 문제에서도 부처 간 시각차가 확인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으면서도 큰 이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다음 날 관훈토론회에서 첨단산업 전반의 근로시간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가칭 메가특구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방안을 강조했다. 정부 역점 과제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신속한 추진을 중시하는 산업부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는 노동부의 정책 목표가 맞부딪힌 양상이다.
부처마다 담당 영역과 정책 목표가 달라 현안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책 발표 전 충분한 내부 토론을 거쳐 쟁점을 조율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도 요구된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생중계는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려는 취지이지만, 부처별 주장만 나열되고 최종 방향이 정리되지 않으면 정책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권 2년 차에 성과를 내려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주요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대국민 소통과 설득에 앞서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이 국정 신뢰와 추진력을 유지하는 핵심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