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 공개 처벌 신설…피해자 권리 위축 우려
핵심 요약
수사 기록을 허가 조건과 다르게 외부에 제공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피해자 측은 경찰 수사의 미진·편파 정황을 알리는 통로와 언론의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피해자 보호 공백을 줄이려면 정보 접근권과 형사절차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수사 기록 열람·등사 조항을 두고 피해자의 권리 행사와 언론을 통한 수사 감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가 적법하게 확보한 기록이라도 허가 조건을 벗어나 외부에 제공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대리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이 규정이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법 제245조의12는 범죄 피해자 등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목적으로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를 사법경찰관이나 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사기관은 등사를 허가하면서 사용 목적을 제한하거나 별도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고소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기록을 제공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개정 전에는 피해자나 변호인이 기록에서 수사 미진이나 편파 수사 정황을 발견한 뒤 언론에 알리고, 이를 통해 사건 왜곡이나 수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새 처벌 규정이 시행되면 같은 방식의 문제 제기에 형사처벌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수사 기록을 토대로 경찰 수사의 적정성을 검증해 온 언론의 감시 기능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통로가 좁아지는 ‘피해자 보호 공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 7일 경찰청이 연 ‘피해자 중심적 사법개혁 방향’ 학술대회에서도 피해자의 정보 접근권과 형사절차 참여권을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국가수사본부는 참여 제도의 실효적 운영으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기록 공개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이 유지되면 운영상 개선만으로는 피해자의 이의제기와 의견 표명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