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이후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과제
핵심 요약
검사의 수사권이 72년 만에 사라지면서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보완책이 과제로 떠올랐다.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권은 유지되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 대신 경찰 재수사 요구 방식으로 바뀐다. 안산 준강간 불송치 사건은 수사기관 간 견제와 피해자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72년간 이어진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면서 젠더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보완책이 과제로 떠올랐다. 성폭력과 친밀관계 폭력, 여성혐오 폭력 사건에서는 경찰 수사관의 성인지감수성에 따라 처리 결과가 달라지거나, 신고에 나선 피해자가 더 큰 피해가 발생한 뒤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돌아서는 사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도 검찰이 잠정조치나 피의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피해자가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기존 제도에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고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낼 수 있었다. 개정 뒤에도 이의신청권은 유지되지만, 검사가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대학생 ㄱ씨는 경기 안산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두 달 뒤 불송치를 통보했고, ㄱ씨는 사흘 만에 이의신청서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유족은 만취 상태였던 ㄱ씨의 조사가 사건 당일 한 시간가량에 그쳤고 피의자가 낸 CCTV 영상이 핵심 자료로 활용된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ㄱ씨가 남긴 이의신청서가 접수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검찰은 지난 3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기존 불송치 의견을 유지했다. 개정안은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피의자나 고소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했으나 해당 진술은 법정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수사 기록 열람·등사 절차도 마련됐지만 수사 상황 등을 이유로 경찰과 검사가 거부할 여지가 남았다. 별건수사와 표적수사 등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바로잡는 동시에 피해자가 제도 변화로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미비점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