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전환, 공정한 채점이 관건
핵심 요약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 서·논술형 문항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AI 기반 지원이 대규모 채점의 보완책으로 제시됐지만 최종 판단은 교사가 맡는다. 교육격차와 채점 공정성 우려를 줄이기 위한 검증과 단계적 도입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객관식 중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서·논술형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현행 수능의 교육적 효과에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국가교육위원회는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정답 선택보다 자료 분석, 근거 제시, 판단과 표현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논술형은 답을 자유롭게 쓰는 시험이 아니라 자료 이해도와 근거의 타당성, 주장과 근거의 논리적 연결을 채점 기준에 따라 살피는 방식이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가 55만명에 달한 만큼 채점자별 편차를 줄이는 일이 최대 과제다. 서울시교육청은 ‘채움AI’, 경기도교육청은 ‘하이러닝’으로 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AI 채점과 교사 채점의 상관계수가 0.9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AI는 교사의 루브릭과 전문적 판단을 보조하고 최종 평가는 교사가 맡는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논의의 뿌리는 1990년대 초 6차 교육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서·논술형 확대가 정책 방향으로 제시됐지만, 입시 부담과 채점 난도 때문에 수능은 객관식 체계를 유지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질문과 탐구를 강조하는 수업이 확대됐어도 평가 방식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생성형 AI가 문제 풀이뿐 아니라 요약·번역과 논술 초안 작성까지 수행하면서 학생의 사고 과정과 논증 능력을 직접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힘을 얻었다.
학교 현장의 우려는 준비 수준과 교육격차에 집중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7일 논술·글쓰기 사교육 확대, 가정환경에 따른 격차, 채점 민원과 공정성 논란, 대규모 채점 체계의 미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도 2017년 국어·수학 서술형 도입을 추진하며 8000∼1만명의 채점 인력과 약 62억엔 규모 계약을 마련했으나, 오류와 채점자 편차, 가채점의 어려움, 학생 아르바이트 채점 논란이 겹쳐 2019년 말 계획을 보류했다. 수능 개편은 AI 신뢰성 검증과 시범 운영,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정한 평가 체계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