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개편, 변별력 유지가 낳는 딜레마
핵심 요약
국교위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도입을 담은 장기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현재 수준의 변별력과 성적 분포 관리를 유지하면 새 평가 방식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정부는 사고력 측정의 편익과 함께 사교육·격차·채점 분쟁에 따르는 비용도 밝혀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도입을 포함한 장기 대입 개편안을 보고하면서 평가 방식 개편 논의가 본격화했다. 국교위는 올해 공론화를 진행한 뒤 내년 3월 개편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단체들은 개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성적 부풀리기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절대평가에서도 성취기준을 높이고 문항 난도를 조정하면 점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선발 변별력을 유지하면서 고득점자 증가까지 억제하면, 등급 기준은 학생이 무엇을 성취했는지보다 대학 선발에 필요한 인원을 가르는 기능에 가까워진다. 이미 절대평가가 적용된 수능 영어와 A등급 비율을 관리해 온 성취평가제는 이런 긴장을 드러낸 사례다.
서·논술형 평가 역시 변별력과 채점 일관성을 동시에 요구받으면 세부 채점 항목이 촘촘해질 가능성이 있다. 학생이 작성한 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설명 가능한 요소별로 점수를 나누고, 이를 다시 등급으로 묶어 대학 선발에 활용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험 형식은 달라져도 학생을 서열화하는 기능은 유지돼 절대평가와 서·논술형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사교육과 교육 격차 문제도 개편 과정에서 함께 다뤄야 할 쟁점이다. 서·논술형 첨삭은 강사 한 명이 다수 학생을 동시에 지도하기 어려운 일대일 노동의 성격이 강해 비용 상승과 가정 형편에 따른 대비 격차가 예상된다. 정부는 사고력 측정의 편익뿐 아니라 사교육 증가 규모, 격차 확대의 수용 범위, 채점 결과를 둘러싼 불복과 소송의 책임 주체까지 제시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