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되살린 고대인의 일상
핵심 요약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옛 재료와 제작법을 직접 재현해 고대인의 일상을 탐구한다. 고대 이집트 빵부터 흑요석 칼날, 연고, 화약, 머리 모양과 문신법까지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감각과 노동의 복원은 유물만으로 알기 어려운 과거 지식의 빈틈을 메운다.
샘 킨의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과거 인류가 먹고 입고 만든 것을 직접 재현하며 고대인의 삶을 추적하는 실험고고학의 현장을 담았다. 과학과 이야기의 결합을 시도해온 저자는 세계 곳곳의 연구자들과 함께 당시의 재료와 도구, 제작법을 되살리고 실제로 사용하면서 유물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가설을 검증한다. 이충호가 옮겼으며 해나무에서 684쪽, 2만8000원에 출간됐다.
스스로 ‘이집트 미식학자’라 부르는 셰이머스 블래클리는 피라미드 노동자들이 먹었던 빵을 복원했다. 이집트 고대 도기에서 효모를 채취하고 당시 것과 비슷한 점토로 원뿔형 빵틀을 만들었다. 집 뒤뜰에는 파라오 시대 방식의 화덕을 쌓고 아까시나무로 불을 지폈다. 1년에 걸친 실험 끝에 완성된 약 30㎝ 크기의 빵은 폭신하면서도 쫄깃했고, 효모 특유의 톡 쏘는 맛을 품었다.
실험의 대상은 음식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흑요석 칼날의 절단력을 시험하고 고대 처방에 맞춰 연고를 제조하며 중세 화약과 대포를 재현한다. 로마 여성의 머리 모양과 고대 문신법도 당시 방식으로 되살린다. 이 과정은 유물의 형태를 관찰해 과거를 짐작하는 데서 더 나아가 물건이 어떻게 제작되고 사용됐는지, 완성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동이 필요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책은 옛 생활상을 묘사한 픽션과 실제 실험 현장을 번갈아 배치한다. 박물관 진열장 속 유물의 겉모습을 넘어 냄새와 촉감, 맛과 소리까지 복원하려는 구성이다.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전의 일상을 몸으로 반복하며 얻은 정보는 기존 지식 사이의 빈틈을 채운다. 빵을 굽고 약을 만들며 몸을 꾸몄던 사람들의 생활을 따라가는 작업은 먼 과거의 인류 역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