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과 외출복 경계 허문 란제리룩 확산
핵심 요약
브라톱과 슬립 등 속옷을 외출복으로 활용하는 란제리룩이 올여름 주요 흐름으로 떠올랐다. 패션 브랜드와 명품 컬렉션이 레이스·새틴·시스루를 활용한 제품과 의상을 잇달아 선보였다. 유행의 계절 확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식적인 장소에서의 과도한 노출을 둘러싼 반응은 엇갈린다.
폭염이 이어지는 올여름 브라톱과 레이스·새틴 슬립 등 속옷으로 인식되던 의류가 외출복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란제리의 디자인을 일상복에 적용하거나 브라 자체를 상의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거리뿐 아니라 회사와 결혼식장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도 과감한 차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패션이라는 평가와 노출이 지나치다는 반응이 맞서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거버너스 볼 2026’ 무대에서 여러 개의 브라 형태를 겹친 ‘브라 온 브라’ 의상을 선보였다. 자라는 레이스와 새틴, 자수를 사용한 란제리풍 드레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아메리칸이글 계열 에어리는 시스루 캐미솔과 브라를 결합한 ‘쇼 오프’ 컬렉션을 내놨다. 얇고 가벼운 옷차림을 찾는 수요가 커지자 업계의 디자인도 ‘속옷 같은 옷’에서 ‘외출복이 된 속옷’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란제리룩은 시스루와 노출 의상이 명품 런웨이를 넘어 거리로 확산되는 ‘네이키드 드레싱’ 흐름과 맞닿아 있다. 생 로랑의 가을·겨울 컬렉션에는 레이스를 사용하고 몸의 선을 따라 밀착되는 란제리풍 드레스가 등장했다.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노출된 란제리와 풍성한 레이스, 새틴을 활용한 스타일이 주목받았다. 레이스·리본·새틴·시어 소재를 공유하는 발레코어와 결합할 가능성도 제기돼 계절을 넘어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반응은 착용 장소와 상황에 따라 갈린다. 가수의 무대 의상이나 개성을 드러내는 일상복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있는 반면, 결혼식 하객이 비키니 형태의 상·하의를 입거나 공식 행사에서 노출이 큰 옷을 선택하는 데에는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무 콘퍼런스에서는 기조연설자가 브라톱과 검은색 시스루 스커트를 입고 무대에 선 뒤 강연 내용보다 의상이 더 큰 화제가 됐다. 란제리룩의 확산과 함께 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착용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