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넘긴 기자들, AI로 탐사보도 넓힌다
핵심 요약
AI 저널리즘이 단신 자동 작성에서 대규모 자료를 분석하는 심층 취재로 확장됐다. 해외 언론들은 공문서와 암호문, 정부 계약서를 AI로 분석해 탐사보도의 범위를 넓혔다. 속보 경쟁보다 질문과 판단, 현장 검증에 집중하는 기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언론 현장의 인공지능 활용이 정형화된 기사 자동 생성을 넘어 대규모 자료를 분석하는 심층 취재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 실적과 증시, 스포츠 같은 단신은 AI가 처리하고, 기자는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공문서와 계약서 등 방대한 자료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속도 경쟁보다 질문과 판단, 취재 역량에 집중하는 분업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탐사보도에서의 활용법은 구체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은 텍사스주 커카운티의 최근 10년치 공문서에서 홍수 관련 기록을 AI로 추출해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이유를 추적했다.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총기난사범의 일기장에 섞인 고대 키릴문자 암호를 해석해 범행 동기를 규명했다. AP통신도 수만 건의 정부 계약서와 입찰문서를 분석해 미국 IT기업의 첨단 제품이 중국 정부의 티베트·위구르 주민 감시체계 구축에 판매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사 자동화는 2014년 AP통신이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의 워드스미스를 도입하면서 본격화했다. 기업 실적 수치를 문장으로 바꾸던 기술은 이후 블룸버그의 사이보그시스템, 워싱턴포스트의 헬리오그래프, 로스앤젤스타임스의 퀘이크봇, 로이터의 뉴스트레이서 등으로 확산됐다. 2022년 챗GPT 등장 전후에는 생성과 분석, 탐지, 검열을 포괄하는 AI 저널리즘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1700만 달러에서 2034년 24억499만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25.5%로 제시됐다.
AI 확산이 곧바로 기자의 대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월 300여 명을 해고한 배경에는 편집국 자동화보다 대화형 AI 확산에 따른 검색 유입 감소가 자리했다. 반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대량 재가공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 취재를 늘리는 방식으로 트래픽 악화에 대응했다. 사람은 속보와 단신의 생산 속도에서 AI를 앞서기 어렵지만, 단편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취재 방향을 결정하며 결과를 검증하는 일은 현장 기자가 AI를 활용할 때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