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에 흔들리는 전세 갱신권
핵심 요약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와 매각 움직임으로 수도권 세입자의 갱신권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2년간 서울·경기에서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한 약 37만 가구가 퇴거 위험에 노출됐다. 임대 매물이 이미 감소한 상황에서 세제 변화가 전·월세 수급 불안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내년도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과 경기의 전·월세 세입자들 사이에서 계약 만료 뒤 집을 비워야 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입주하거나 주택을 매각하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최근 2년간 서울·경기에서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은 약 37만 가구가 이런 위험에 놓여 있다.
서울 동작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김모씨는 지난 5일 집주인에게 내년 계약 만료 후 직접 거주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6억원대에 계약할 당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세 자녀를 둔 김씨는 다시 집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 같은 단지 전세 시세는 계약 때보다 1억원 이상 올라 추가 대출도 필요한 상황이다. 서초구의 40대 직장인 이모씨 역시 지난 4일 연금으로 생활하는 집주인으로부터 매각을 위한 퇴거 요청을 받았다.
2020년 7월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한 차례에 한해 계약을 2년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면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서울 등에서는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때문에 매각 과정에서도 기존 세입자가 계속 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공익이 더 크다며 이 제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27년 세제 개편안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고, 2029년부터 실거주자에게만 관련 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종합부동산세 공제도 2028년부터 5년 이상 거주해야 받을 수 있다. 이미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와 월세 매물은 연초보다 각각 9.2%, 17.3% 줄었고, 경기에서는 각각 30.4%, 41.9% 감소했다. 서울 전셋값은 6월까지 4.99%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7%를 넘어섰으며, 3일 기준 주간 전세 가격도 79주 연속 상승했다. 집주인의 입주와 매각이 늘면 임대 매물 감소와 신규 수요 증가가 겹쳐 수도권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